[그늘집에서] 오구 플레이를 한 루크 도널드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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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 오구 플레이를 한 루크 도널드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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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한 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2주 전 DP월드투어 이탈리안오픈에서 오구(誤球) 플레이를 했다. 2라운드를 10번 홀에서 시작한 도널드는 7번째 홀인 16번 홀(파4)에서 티샷을 당겨쳐 페어웨이 왼쪽 러프 지역으로 보냈다.

도널드는 낙구 지점 근처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찾아준 볼을 의심없이 자신의 볼이라 생각하고 다음 샷을 했다. 하지만 그린에 올라가 확인한 결과 자신의 볼이 아니었다. 도널드는 지체없이 오구 플레이 사실을 알린 뒤 2벌타를 부과받았다. 그 결과 16번 홀의 스코어는 보기에서 트리플 보기로 바뀌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윤이나(19)는 잘못된 판단을 했고 선수 생명에 치명적인 징계를 받았다. 오구 플레이는 투어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도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널드가 보여줬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룰 위반을 했을 때 반사적으로 이를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그게 ‘심판없는 스포츠’라는 골프에서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투어’라는 프로골퍼들의 삶의 터전을 지탱하는 것이다.

윤이나의 징계를 바라보는 KLPGA투어 동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경각심을 갖는 쪽도 있겠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남몰래 기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 돈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KLPGA투어는 각종 속임수가 난무하는 투전판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 프로는 경기도중 러프에 있는 볼을 발로 차 페어웨이로 빼내다 자신의 캐디에게 발각됐다. 그 캐디는 그 자리에서 캐비 빕을 벗어던지고 대회장을 떠났다. 그 캐디는 외국인 캐디였고 그의 상식에 그런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칙이었다.

또 다른 어떤 선수는 2부 투어에서 뛰던 시절 터치 플레이를 하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버젓이 KLPGA투어에 입성했고 우승까지 했다. 그 선수의 아버지는 딸의 룰 위반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욕설을 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조폭 수준이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란 게 익명을 요구한 이들의 제보다. KLPGA투어의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룰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조성됐다는 증언이다. 반면 다른 선수의 룰 위반 사실을 끝까지 지적해 벌타를 매기는 선수도 있다.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로 경기하던 10년 이상 선배의 룰 위반 사실을 악착같이 지적한 어린 선수의 용기에서 희망을 본다.

선수들은 KLPGA 경기위원회가 이런 혼란상황을 통제할 능력과 의지를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협회 집행부는 부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윤이나에 대한 징계로 일벌백계의 의지를 천명했으니 마땅히 이에 따른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협회 집행부는 투어내에 만연된 부정행위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경기위원회를 재정비하고 부정행위 근절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게 뿌리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는 투어를 살리는 길이다. 부정행위 신고자에 대해 억대 포상금을 준다면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를 수는 없다. 모든 사실이 까발려질 때 팬들과 후원 기업, 세상의 분노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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