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화폐 실험’ 실패 귀결…사용자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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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화폐 실험’ 실패 귀결…사용자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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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화폐 실험’ 실패 귀결…사용자 거의 없어
등록 :2022-09-08 09:23 수정 :2022-09-08 12:09

7일로 1년을 맞은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화폐 실험’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지 1년이 됐지만 실제 거래에 비트코인을 쓰는 이는 거의 없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정부의 투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야심차게 발표한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은 중단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도시’ 예정지로 발표한 콘차과 화산 인근 지역이 아직도 빽빽한 정글 상태로 남아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이 지역에서 중장비나 건설 노동자, 건축 자재 따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 호세 플로레스(48)는 “이 도시는 우리 같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이익이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도시 건설 계획은 화산의 지열을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용 전기를 공급하는 친환경 도시를 세워 투자자들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야구모자를 거꾸로 쓴 채 “여기 투자해 마음껏 돈을 벌어가라”고 말했다. 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10억달러(약 1조386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비트코인 채권 발행 계획은 연기됐다. 미국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9월 4만7천달러 수준이었고 비트코인 도시 계획이 발표된 11월 20일에는 5만8천달러까지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은 그 이후 계속 하락해 7일에는 1만88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에 따라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투자 손실도 크게 늘었다. 이 나라의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집계하는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7일 현재 투자 손실은 57%에 이른다. 손실 액수는 6108만달러(약 846억원)로 집계됐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투자 손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비트코인 투자는 장기적인 것임을 강조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비트코인을 실제 거래에 쓰는 이들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엘살바도르 법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4월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한 대면 조사에서 응답자의 20%만 비트코인 지갑 ‘치보’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사용 촉진을 위해 치보를 내려받은 이들에게는 30달러를 거저 충전해줬지만, 응답자의 20%는 이 돈조차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나라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시계 판매점을 하는 헤수스 카세레스(47)는 <로이터>에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받은 적이 단 두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3달러어치, 또 한번은 5달러어치를 거래했고 그 이후에는 아무도 비트코인 결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면서 내세운 근거 중 하나인 국제 송금 수수료 절약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 나라 중앙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내로 송금된 64억달러 가운데 가상화폐 지갑을 이용한 송금액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외국 거주민들이 보내는 송금은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에 달할 만큼 중요한 재원이어서, 정부는 미국 내 영사관에 비트코인 송금용 기기를 설치하는 등 이용을 독려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전망도 좋지 못하다. 유엔 중남미경제위원회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경제 성장 전망치를 보면, 엘살바도르의 올해 성장률은 2.5%로 예상됐다. 이는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들을 제외한 중미로 분류되는 국가 가운데 파나마(7%), 도미니카공화국(5.3%), 과테말라(4%), 온두라스(3.8%), 코스타리카(3.3%), 쿠바와 니카라과(3%)에 이어 8번째다. 이 지역에서 엘살바도르보다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 국가는 멕시코(1.9%)와 아이티(-0.2%)뿐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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